가을 사랑
민창홍 사도요한. 시인
가을 사랑을 앞에 놓고 커피를 마신다. 그녀는 방금 무대에서 기타를 메고 열창을 했다. 환갑의 나이에도 젊은 시절의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무대를 휘어잡았다. 행사 후 지인들 몇이 모이는 자리에 함께 하게 되었다. 팬들이 늘 ‘가을 사랑’만 기억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래서 신곡은 가을 사랑과 다른 풍의 노래를 준비했다고 한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노래 홍보라기보다는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느꼈다.
노래를 한 달만 쉬면 노래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데 연습을 하지 않으면 노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의아하다. 최근에는 라이브 카페가 없어서 노래를 매일 부를 기회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궁리한 것이 교회 성가대에 가서 노래를 한다고 한다. 소프라노 파트를 하는데 간혹 ‘가수의 소리가 왜 이래’ 하고 핀잔을 듣기도 한단다. 그래도 성가대를 하는 이유는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은 노래를 해야만 자신의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녀는 가톨릭 신자가 아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수긍이 간다. 나도 시를 쓰고 있지만 한 달 정도 시를 읽지 않고 쓰지 않으면 시가 무너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물며 신앙생활은 어떨까? 신앙은 말 그대로 생활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냉담자들을 한 번씩 본다. 그 분들은 대체로 아주 작은 생각에서 냉담을 출발하는 것 같았다. 어떤 일로 주일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고 그 다음 주는 또 어떤 일로 빠지게 되면서 한 달 만 쉬었다가 가자고 하다가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신앙생활을 쉬고 있는 것이다.
생활에는 리듬이라는 것이 있다. 개개인의 하루 일과가 매일 크게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 피곤하여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그 사람만이 가지는 생활 속 리듬이 있기에 조절하면서 살아간다. 그 조절 속에 변화가 있는 것이고 변화 속에서 삶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삶을 한 달쯤 쉰다고 생각해보라.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천재성을 가진 가수도 연습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노래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의 신앙도 꾸준한 노력과 함께 메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낙엽이 거리에 하나둘씩 날리고 있다. 가을이다. 하느님의 사랑을 앞에 놓고 차 한 잔하고 싶다.